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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FC 숏 리뷰]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vs 저스틴 게이치 UFC 254
    시선/격투 2020. 10. 25. 23:51

    하빕, 아버지와 함께 영원한 전설로

     

    '이글'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개이치에 서브미션승…29승 무패 기록하며 은퇴 - RANK5(랭크5)

    [랭크5=정성욱 기자] \'이글\'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2, 러시아)가 29승 무패 기록을 씀과 동시에 은퇴 선언을 했다. 25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파이트 아일랜드/야스섬에서 열린 UFC 254 메인이벤

    www.rank5.kr

    10월 26일은 제 생일입니다. 그 날이 월요일이기 때문에 친구들과의 생일파티(를 빙자한 술판)는 토요일이었는데요. 때문에 UFC 254를 라이브로 보진 못했습니다.

     

    제가 스포티비 앱을 들어가 라이브를 봤을 땐 이미 메인이벤트가 끝난 직후였습니다. 하빕이 옥타곤 한가운데에서 엎어져 흐느끼고 있었기에 저는 처음에 하빕이 진 줄 알았습니다. 물론 해설진의 언급을 듣고 그것이 패자가 아닌 승자의 눈물임을 꺠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진행된 승자 인터뷰에서, 영어를 전혀 못하지만 그 짤막한 실력으로도 하빕이 은퇴를 선언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카메라는 하빕이 벗어서 바닥에 가지런히 놓은 글러브를 클로즈업하고 있었습니다. 선수가 링에서 은퇴를 선언할 때하는 상징적인 행동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의 은퇴가 머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29-0을 마지막으로 영원한 챔프가 되어 우리 곁을 떠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가 인터뷰 내내 아버지 압둘마납을 기리고 승리 직후의 통곡도 아버지를 생각해서였음을 생각하면 그만큼 아버지이자 인생의 멘토, 운동의 스승이었던 압둘마납의 위상이 얼마나 컸던지를 알 수 있습니다.

     

    동시에 하루 아침에 뜻하지 않게 아버지를 잃고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된 그의 일면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남겨진 어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고, 그 역시 가정이 딸린 가장이니만큼 여기서 더 위험을 감수하고 경기를 뛰어 건강이 악화되는 것을 스스로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시합 내용으로 돌아가봅시다. 당초 하빕의 레슬링에 당하지 않을거라 호언장담했던 게이치의 전략은 바로 바쁜 스텝, 로우킥이었습니다. 복싱스탠스로 무게중심을 앞에 둔 채 탐색전이 되기 쉬운 1라운드부터 활발히 스텝과 상체를 움직였고, 하빕의 스텝에 맞춰 쉴새없이까지는 아니더라도 효과적으로 로우킥을 차줬습니다. 

     

    하빕은 이번 시합에서 그리 컨디션이 좋아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발이 다소 느리게 보였고, 로우킥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실제로 하빕은 발가락 골절상에서 치유된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싸웠다고 전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빕을 침몰시키기에는 여러모로 역부족인 모습이었습니다. 하빕은 구태여 어떻게든 게이치를 끌어내리려고 무리하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게이치가 간과한 것은 바로 하빕의 타격실력이었을 것입니다. 하빕은 테이크다운 시도만이 아니라 타격 역시 함부로 게이치의 거리 안에 다가가지 않고 중앙을 단단히 점거했으며, 오히려 인내심을 잃은 게이치의 타격을 차분하게 받아쳤습니다. 여러모로 지난 게이치 vs 퍼거슨 시합의 반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1라운드에 게이치는 최초로 테이크다운을 당하게 됩니다. 이미 그 때부터 로우킥 타이밍을 하빕에게 읽힌 것이고, 또 1라운드 일찍부터 템포를 올리느라 빨리 체력을 소진한 탓입니다. 다행히 라운드 공이 그를 살렸지만 결국 2라운드에서도 같은 양상으로 킥 캐치를 당해 바닥에 끌려가 트라이앵글로 실신당하고 맙니다.

    제가 놀란 것은 바로 2라운드에서 승리를 결정지은 하빕의 태클입니다. 저도 레슬링 수련 경력이 있는데요. 저렇게 태클이 살짝 얕게 들어가(아마 발가락 상태가 좋지 않은 여파였던 것 같습니다, 치고나가는 힘이 부족해보였습니다.) 상대가 거꾸로 등 위로 무게를 싣고 디펜스하는 경우 힘을 흘리며 옆구리로 돌아빠져나오려해도 상대의 압박 때문에 매우 힘이듭니다. 하빕이 보여준 것처럼 스무스하게 백을 잡는 것은 보기엔 쉬워보여도 결코 쉬운 행동이 아닙니다. 

     

    게이치가 함부로 겨드랑이를 열어 하빕의 상체가 옆구리를 통해 뒤를 잡기 더 용이한 상황이긴 했습니다만, 저렇게 손쉽게 백테이크를 한다는 것, 즉 태클 이후 테이크다운이 되지 않았을 시 다음 다른 동작으로 체인chain이 순조롭게 한 호흡에 이어진다는 것은 다시 한 번 하빕 누르마고메도프가 불세출의 MMA 그래플러라는 것을 상기시킵니다.

     

    그렇기에 하빕이 29-0을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것이 안타까울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의 기량이 아직도 절정에 이르러있고, 아무런 패배나 위기조차 보이지 않은 채 떠난다는 것은 미래에 나타날 UFC의 모든 GOAT들은 전부 하빕의 그늘 아래에서 끊임없이 비교당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올해 들어 하빕의 심경에 악영향을 준 많은 일이 있었기에 후일 하빕이 마음을 가다듬고 어떤 모티브를 얻어 컴백할 확률이 제로인 것은 아닙니다. 

     

    라이트급의 그의 은퇴로 다시 한 번 전환점을 맞게 되었는데요. 우선 저스틴 게이치, 더스틴 포이리에, 토니 퍼거슨, 코너 맥그리거에 의한 벨트 쟁탈전이 예상됩니다. 여기에 다크호스 이슬람 마카체프가 향후 추가될 예정입니다. 아, 이번에 막 UFC에 입성한 마이크 챈들러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한편 UFC 254에 출전한 정다운 선수는 4연패의 떡밥 샘 엘비를 상대로 무승부를 거뒀습니다. 여러모로 기회를 잡지 못한 아쉬운 경기 내용이었는데, 절치부심하고 다시 다음 시합을 신속히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조만간 다른 포스팅을 통해 다뤄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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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SungUChang